Home > 담임목사님과 함께 > 목회서신


 왜 왔느냐고 묻거든(목회서신-14)

 김형준

 2007-11-29 오후 10:04:00  6777

 

 

최근에 신학교 신대원을 졸업하는 해(1986년 2월)에 신학교 신문에 기고하였던 글이 생각나서 찿았습니다. 박기한 목사님이 신학춘추를 다 뒤져서 복사해주시면서 다시 20년전 신학교를 졸업할때 나의 고민과 갈등이 무엇이었는가를
새삼스레바라보며 다시 저 자신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앞에 또다시 서있는 나를 바라봅니다

변하지말아야 할 마음들이 잘 성숙되고
아름답게 열매맺어야 할텐데 하는 두려움과 조바심이
저의 마음에 요즘 머물고 있습니다
변하는 존경하는 분들을 바라보면서 저도 역시 예외일수없다는
막연한 불안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아니 혼란가운데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사랑하는 후배들에게도 함께 생각하는
계기를 주기바랍니다... 변질되어가는 한 선배의 고뇌와 갈등속에서
한국교회의 미래를짊어지고 갈 사랑하는 또 다른 한국교회의 미래주인공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왜 왔느냐고 묻거든 (신대원 3년, 김형준, 1986년 1월 4일)

한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만도 할 시기인데 무엇인가 많이 가졌다는 생각은 들지만, 막상 손에 잡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초조해 지고 , 불안해 지곤한다. 임지가 결정되지 않아서일까? 졸업논문의 마무리 작업에 쫓겨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신학교 졸업생이면 당연히 해결되어 있어야 할 문제들로부터 자유함을 얻지 못해서일까?

그렇지만 이것들 모두는 우리의 뿌리를 흔들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좁은 문이 보인다. 누구든 통과하고 싶지 않은 문이다. 어쩌면 이미 통과했다고 생각되었던 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길로 들어올 수 있었다고 믿고 싶었던 문이다. 그러나 이미 해결되었다고 생각되었던 문이 또다시 우리 앞에 있지 않은가? 그것은 바로 ‘왜 왔느냐’는 묻는 질문의 문인 것이다. 두꺼운 옷, 화려한 옷, 그리고 우리의 품에 간직했던 자신들의 소중한 보석도 내어 던지고 오로지 알몸으로 그 앞에 서야만 한다. ‘피할 수 없다’라는 운명이 우리를 초조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문보다 더 좁은 시련의 문들을 지나왔다. 그 속에는 굳이 소명이나 사명이라는 성숙된 단어가 표현되지 않아도,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뜨거움과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약속하시고 예배하신 이곳은 그 분이 만든 가장 순수한 곳이며 사랑과 이해와 용서, 그리고 감격이 넘치는 곳으로 믿었다. 이곳은 도망자가 아닌 떳떳한 순교자 후보생들이 모였고 영혼의 고뇌와 죄의 문제에서 자신을 씻어가는 곳으로 믿었다.

또한 상식이 통하며 일치와 갱신이 이루어지고 자신들의 아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며 참으로 인간의 뜨거움 그 자체가 있으며 , 알 수 없었던 문제들이 모두 풀리는 곳으로 믿었다. 그러나 믿음에 따르는 전제들에 의하여 고통을 당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분명한 약속위에서 출발했건만 매 학기 등록금이 없어서 비굴해 지기까지 하였고, 구원의 까마귀대신 동정 속에 담긴 냉대와 무관심을 느꼈던 곳이 이곳이었다. 주께서 예비하신 길이라고 믿었건만, 그 길을 막는 장애물에 의해 좌절되었으며, 내가 사랑받고 기대고 싶었던 사람들마저도 오히려 내가 사랑해 주지 않으면 안 될 사람으로 보였던 곳도 이곳이었다.

하나님의 자녀들의 만남이 아닌 , 바위와 바위의 만남이었고, 곳곳에 자기가 쌓은 아성에 많은 것을 소유하겠다는 아우성이 들렸던 곳이었다. 20대의 청년에게 60대의 모습을 요구해 왔으며, 죄와 영혼의 고뇌를 하는 사람은 현실을 모르는 신앙의 미성숙아 취급을 받았고, 하나님이 주인이 아니라 가장 높이 바벨탑을 쌓았던 사람들이 주인처럼 보이며 ‘일치와 하나’ 대신에 ‘너와 나는 분명히 다르며 영원히 합쳐질 수 없다’라는 생각이 굳어진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희생 , 사랑, 용서의 땅 위에 해결되어야할 많은 문제가 곳곳에 지뢰처럼 묻혀있어 밟는 모든 이들이 상처를 입고 쓰러진 곳도 이 곳이었다. 이곳은 내가 순교자가 아니라 또 다른 도망자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고, 더 이상 주의 길을 따르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라는 열등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또한 문제의 해결보다는 더 많은 문제를 던져주고 안겨준 곳이기도 하며, 하나의 작은 문을 애써서 열어보면 그 안에 수 백 개의 열어야할 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좌절한 곳이며, 이전에 가졌던 의심할 수 없었던 믿음은 허무한 것이고, 나에게 그토록 분명히 나타나셨던 하나님도 결국은 내가 만든 하나님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곳도 이 곳이었다.

아뭏튼 이곳은 우리에게 많은 실망과 좌절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이토록 지친 우리 앞에 또다시 ‘왜 왔느냐’ 는 질문 앞에 서야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 이곳은 분명 우리가 상상하고 믿어오던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우리는 바위와 바위틈에서 흐르는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었으며, 곳곳에서 들리는 아성을 쌓는 소리 틈에 가냘프지만 빛도 이름도 없이 제자의 길을 가기위해 몸부림치는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제자의 길을 사양하면서 흐느끼고 있는 울음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앞이 보이지 않아도, 허리를 쓰지 못해도, 삶이 찌그러졌다고 생각되는 그 속에서도, 감사와 기쁨의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열등감으로 어찌할 바 모르는 우리에게, 혹은 스승을 배반해서 다시 볼 면목이 없어 자기의 옛 생활로 돌아간 제자를 찾아가서 또한 스승을 배반해서 다시 볼 면목이 없어 자기의 옛 생활로 돌아간 제자를 찾아가서, 또한 스승을 보호하기위해 칼을 들었을 때도 죽기까지 따르겠다고 장담했을 때에도 그리고 지상에서 들어보기 어려운 가장귀한 고백을 했을 때에도 주지 않았던 지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명을 우리에게 주셨던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다 타버린 열정의 잿더미 속에서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을 항상 지켜주시는 분이 계심을 보았다. 이제 우리는 솔직해야 한다. 더 이상 옷을 입지 말아야한다. 우리의 귀에서 이 질문이 사라졌다고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왜 왔느냐고 묻는 질문에 우린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이전의 결론들을 모두 대나무 마디로 생각하고 , 이 마디가 우리의 가슴속에 변하지 않는 나무로 자라게 하자.

이질문은 영원히 이 학교의 문을 나서는 이들의 뒤를 끝까지 따라 다닐 것이며 이 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을 괴롭히는 영원한 질문이 될 것이다.

주여! 우리의 믿음 없음을 도와주소서.

 

 
     

 

33 1 2
33 주님이 그대 앞에 계셔서     김형준 2017-01-19 4765 61
32 마음의 한 줄 표현     김형준 2012-03-17 6636 202
31 이 시대를 바라보면서     김형준 2012-01-10 6331 250
30 내 삶에 짐이 없었다면     김형준 2010-09-25 8870 229
29 인간의 가장 기초감정-분노의 이해     김형준 2010-07-16 8318 219
28 내 삶에 영향을 준 책     김형준 2010-07-07 6360 238
27 여호수아의 사명전략     김형준 2010-07-02 4852 196
26 위기관리     김형준 2010-06-02 5152 208
25 아비가일의 재정관리     김형준 2010-04-18 5766 194
24 감사에 근거를 둔 경영원칙     김형준 2009-11-05 5909 188
23 경영의 위기는 어디서 오는가     김형준 2009-09-30 6045 202
22 이동원 목사님 설교 연구     김형준 2009-09-23 6790 205
21 상실과 슬픔의 이해 [2]    김형준 2009-07-22 6306 209
20 변화의 흐름에 감각을 잃어버린 교회     김형준 2009-06-12 6724 214
19 목회서신(19)-안식년을 마무리 하면서 [1]    김형준 2008-10-17 7917 199
18 목회서신(18)- 구월이 오면     김형준 2008-09-10 6837 200
17 목회서신(17)-동상을 바라보며     김형준 2008-06-08 6207 184
16 From Eyesight to Insight(목회서신 16)     김형준 2008-02-16 7193 208
15 이해못할 인간의 관심정서(목회서신-15)     김형준 2008-02-13 7055 218
왜 왔느냐고 묻거든(목회서신-14)     김형준 2007-11-29 6778 207
     
 1 [2]